INFJ와 ESFJ가 손절하는 과정
제일 친한 친구가 INFJ다.
최근에 INFJ 친구와 ESFJ친구가 손절을 했는데,
그 과정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아서 오랜만에 MBTI 글을 적는다.
INFJ는 ESFJ와 친해지고 초반에 밝고 재밌는 면들을 많이 보였지만
ESFJ와 급격하게 친해진 후부터는 INFJ가 딥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주도하며 시작하곤 했다.
INTJ인 나와 INFJ는 이런 이야기를 즐겨해서 상관없었지만, 나는 그 ESFJ 친구와 만날 때는 절대 먼저 딥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솔직히 웬만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튼 셋의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INFJ가 불안하긴 했는데, 역시나 ESFJ에게는 그게 굉장히 큰 부담이었던 모양.
ESFJ는 깊은 생각을 해야 나눌 수 있는, 약간은 우울한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나누는 것이 부담스럽고 일상에 돌아가도 그런 기분이 이어져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작 INFJ의 일상적인 이야기들 ( 취업, 일상, 애인 등등.. ) 은 하질 않으니
ESFJ 입장에서는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은 말 안 하고 왜 나한테 오면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들만 하지?" 라며
오랜만에 만나서 가볍고 재밌게 노는 시간도 부족하다며, 이런 대화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INFJ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ESFJ와 멀어졌다.
INFJ 입장에서 친한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 = 인생/가치관/감정
ESFJ 입장에서 친한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 = 재미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각자 사는 이야기들 나누는 것
이었던 것.
플러스로 INFJ 친구가 헤어지면 평소에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점도 ESFJ에게 상처였던 것 같다.
ESFJ가 말하길,
INFJ는 본인을 만날 때는 우울한 이야기 쏟아붓으면서 정작 INFJ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누구보다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평소에 친구들과 연락이 잘 안 되는데 프사는 종종 바꾸고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친구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손절까지 가게 된 건 서로 간의 공유하는 감정선들이 꽤나 깊고 섬세했던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지금까지 좋은 줄만 알았는데 그런 생각을 했었어?라는 반응이었고 서로 배신감이 유난히 커 보였다.
아무튼 손절하기 전에 내가 한차례 중재하려고 자리도 만들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려 했으나, 가치관과 스타일이 너무 달라 얼마 못가 결국 둘은 손절했다.
( 생각해보면 이런 자리를 만든 게 잘못인 것 같기도 하다. 서로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자리였인데,. 해결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서로의 말에 상처받아 힘들어했다. )
초반에 급격하게 친해질 때는 서로 직접 만든 선물을 한다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그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 챙겨줄 줄 알던 친구들이었는데.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