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

나도 날 잘 모른다. 타인에게, 또 스스로에게 거짓말쟁이처럼 보일까봐 무섭다.

사람_2 2021. 9. 1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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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잘 못 본다. 사실 보기 무섭다.

 

나는 내가 정말 솔직한 사람이고, 스스로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표현하는 말이나 글에 있어서 굉장한 자신이 있는 편이다.

왜냐면 내가 말한 거고,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표현한 것이니까. 내가 책임질 수 있기에 꽤 당당한 편이다.

그리고 난 이 점을 꽤나 장점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확신을 갖고 내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때마다, 항상 주변에서 '너는 너의 색이 확실하다.' '너는 정말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고, '아 나 잘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당연히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인정함.)

 

하지만 그런 나도 이런 상황이 꽤 빈번하게 일어났다.

몇 시간이나 걸려 글을 작성하고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마무리하는데도,

나중에 내가 이 글을 보고 '내가 그랬었다고?' '내가 왜 이랬지?' 하는 상황.

아니면, 친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그 친구와 이야기할 때 무의식 속에서 나의 생각이 바뀐 걸 발견할 때.

 

마치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

누군가는 '그게 어때서'라며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될수록, 의견을 말할 때마다 혹여나 나중에 또 내 생각이 바뀔까 조심스러워졌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 어떻게 너의 생각들이 영원할 수 있겠냐고, 너의 가치관, 생각, 마음 같은 것들은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는 거다. '

라고 말했었다.

사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게 말이 되냐고. 쉽게 바뀔말들이면 뱉지도 않았을 건데.'

 

하지만 요즘 들어 결국 이건 나의 오만함과 거만함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 절대적인 존재도 아니고, 살면서 경험이 쌓이고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생각들인데 말이다.

 (오히려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면 그게 더 문제일지도.)

 

그저 나의 색이나 아이덴티티에 취해 '나는 이 길만을 걸을 거야.' 라며 고집부리고 있던 것 같았다.

정작 본인도 기억 못 해서 말 바꾸는 주제에 말이다.

현재 바뀐 나의 의견이나 생각, 가치관들도 어쨌든 나의 색이고 주관인데.

 

적고 나니 당연한 걸 혼자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서 조금 창피하지만,

나에겐 겸손함을 배운 꽤나 큰 생각의 변환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항상 말끝에 입버릇처럼 말하거나 혼자 생각한다.

'뭐. 근데 언제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어쨌든 지금 나의 생각은 그래.'

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날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쟁이가 되기 싫은 사람이고, 그냥 현재의 나에 충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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